아시아 투데이 강명권 교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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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39.♡.204.158) 작성일2023-09-04 10:43 조회667회 댓글0건본문
국내 재난현장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구호대장'
평소 동자동 쪽방촌과 서울역서 노숙인 돌봐
"선행하면 손해 아니다, 일상에 인과 녹아 있어"
평소 동자동 쪽방촌과 서울역서 노숙인 돌봐
"선행하면 손해 아니다, 일상에 인과 녹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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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무는 원불교의 봉사단체 봉공회에서 지도교무만 19년째 하고 있다. 종교계노숙인 민간네트워크 운영위원과 종교계자원봉사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고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재난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경남 양산 산불, 2006년 인도네시아 지진, 2007년 충남 태안 기름 유출사고, 올해 충남 괴산 수해 등 재난 발생 때마다 현장을 누볐다. 평소에는 '빨간밥차'를 몰고 봉사자들과 함께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과 서울역 인근 노숙인 무료급식소를 찾는다.
최근 동작구 원불교 소태산기념관 봉공회 사무실에서 만난 강 교무는 남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란 칭찬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인간의 도리를 깨치면 공익이 사익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며 원불교의 무아봉공(無我奉公) 가르침을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다.
-원불교에서 말하는 '봉공(奉公)'이란 무엇인가.
"개인보다 전체 사회를 위하는 것, 곧 사사(私私)로운 이익보다 공익(公益)을 우선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봉공이라는 말은 무아봉공, 헌신봉공(獻身奉公), 멸사봉공(滅私奉公), 호법봉공(護法奉公) 등의 용어로 원불교 법문에 나타난다. 호법봉공은 법을 수호하고 공익을 우선시하는 정신이다. 무아·헌신·멸사봉공은 모두 동일한 의미인데 원불교에서는 수행적 의미를 담고 있는 무아봉공을 가장 보편적으로 쓴다. 무아봉공은 일원(一圓·근본마음 자리)의 진리와 사은(四恩·천지 은혜·부모 은혜·동포 은혜·법률 은혜)의 이치를 깨달아 원래 나라는 것이 없고 나아가 나란 존재는 공물(公物)임을 깨닫고 보은의 의무를 다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인간의 도리를 깨달으면 무아봉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원불교의 가르침이다. 원불교 신앙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아봉공인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다."
-서울역 일대 노숙인들에게 급식을 제공해 온 것으로 안다.
"서울역 노숙인 무료급식소 '따스한채움터'에 참여해 2011년 5월부터 노숙인을 대상으로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재해·재난 발생 시에는 이재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급식도 지원한다. 하루는 노숙인들에게 급식 평가를 받게 됐는데 우리가 무료 급식소 중 제일 늦게 합류했음에도 밥이 가장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걸 보고 다른 급식단체들도 제공하는 식사의 질을 높였다. 우리가 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는 말보다 그동안 급식에 미흡했던 단체들이 우리로 인해 각성하고 변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노숙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숙인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정부·지자체가 이들에 대해서 예산을 크게 투자하지 않는다. 결국 민간단체가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간단체들을 위한 당국의 지원 역시 적은 편이다. 이는 노숙인에 대해 '놀고먹는 사람' 정도로 보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릴 때부터 고아였거나 사업이 망했거나 가정폭력으로 노숙인이 됐거나 등등의 사정이 있다. 문제는 노숙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건강이 악화되고 의욕이 사라져 그 상황에서 탈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때 칫솔을 마련해서 노숙인들에게 제공했더니 한 분이 '이가 다 없어져서 칫솔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이들의 상황을 접하면 겉으로 보고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란 걸 많이 느낀다."
-봉공 활동에 어려움은 없나.
"무엇보다 봉공활동에 참여하는 봉사자가 적은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봉공회도 처음에는 서울역 무료급식소에서 두끼 식사를 담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함께 할 사람들이 적어 예전처럼 급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는 노숙인이야말로 하루 세끼 식사가 필요하다."
-아무나 하지 못 하는 일을 한다는 칭찬을 꺼린다고 들었다.
"공익을 위하는 삶이 있어야 세상이 평등하고 은혜로워질 수 있다. 그런데 공익을 위한 삶은 쉽지 않다. 성직자가 된다는 건 공익을 우선한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어렵고 힘들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사람만 이런 일을 견디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젊은 사람들이 성직자가 되길 꺼릴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내가 하는 일이 특별한 것처럼 안 보였으면 한다. 봉공은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수행하는 기회고 참된 종교적 삶이다. 봉공회는 많은 사람에게 손길을 나누고, 법(法·진리)을 나눌 수 있는 일터이기도 하다."
-원불교가 조용히 봉사하는 편이라 봉공회의 선행을 대중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원불교 교도들은 전반적으로 티가 나지 않게 남을 돕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홍보에 힘을 쓰라는 조언을 많이 받는다. 교도들이 다른 곳에도 기부를 많이 하고 있어 봉공회를 후원해달라고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요즘 젊은세대 중에는 '선행하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현실에서는 인과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있고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인지 MZ세대가 인과를 잘 믿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원불교 교무로서 볼 때는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선물을 보내고 그것을 통해서 기쁨을 얻는 일 또한 일종의 인과응보다. 연예인에게 하는 후원과 사회 속에서 행하는 봉사활동이 별개 같지만 둘은 본질적으로 같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은 다 살기 좋은 세상에 살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동참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워한다. 공익을 앞세워 살아야 하는데 공익보다는 자기의 이익이 앞서기 때문이다. 자비, 사랑, 은혜, 인의예의지 등 그 뜻을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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