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의무…선행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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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진 (112.♡.22.186) 작성일2010-04-07 15:17 조회2,004회 댓글0건본문
명권 | 2006-06-01 |
“봉사는 의무…선행이 아니랍니다”
[한겨레] 교단 전체가 봉사단체 원불교 ‘봉공회’
‘인과응보’믿음 때문인가
교당마다 봉사단체
아니 교당이 봉사단체
‘보은금’따로 내고
현금도 상당수 봉사비로
“조직 전체가 봉사활동 위해 존재”
지난 26일 아침 10시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암병동. 환자 현황표를 살펴보던 김미진 팀장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3-4년 전에 경과가 좋아 퇴원했던 40대 중반의 남성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다른 사람이거나 아니면 암이 재발한 경우였다. 재발이라면 불길하다. 병실로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다시 뵙게 돼 죄송합니다.”오히려 그가 민망해했다. 기운이 없어보였다. 재발 환자들이 그러하듯 한 풀 꺽인 모습이었다. 지난 번엔 암인 줄 알고도 씩씩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동안 잘 해오셨으니 이번에도 잘 될 겁니다. 힘 내세요.” 김 회장은 재빨리 얼굴에서 당혹한 표정을 지우고 대신 웃음을 지었다. 재발 환자들은 특별히 예민하다. 김 팀장(60)은 일주일에 한번씩 금요일마다 이곳에서 말기암 환자 호스피스로 봉사한다. 이곳에서만 올해로 8년째다. 다른 사회복지 시설에서의 활동을 합치면 26년쯤 됐다. 이곳으로 옮긴 것은, 나이 마흔이 넘으면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삶을 정리하라는 가르침을 따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자원봉사팀장으로 호스피스 대상 환자를 가리고 회원들과 일을 나눈다.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봉사단체 봉공회 회장이었다. 회장이라고 특별할 게 없지만 봉공회 전국 조직을 대표하고 관할하면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가 특별한 것일까 아니면 봉공회 조직이 특별한 것일까. 봉공회는 원불교 교단 소속의, 순전히 원불교 교도들로만 이뤄진 봉사단체다. 13개 교구별로 교구봉공회가 있으며, 전국 506개 교당마다 교당봉공회가 있다. 교구별 봉공회의 연합체가 중앙봉공회이고 주로 나라밖 지원 활동이나 수재피해 등 국가적 행사에 대한 지원활동을 펼친다. 북한에 담요나 기저귀는 물론 빵공장과 밀가루를 지원해오고 있다.‘원봉공회’는 중앙봉공회의 재단등록 때 쓴 이름이다. 일반적인 활동은 교구 중심으로 이뤄지며 서울교구 봉공회장이 편의상 중앙봉공회 회장과 재단 원봉공회 상임이사가 된다. 원불교에서 봉사는 선행이 아니라 의무다. 원불교는 세상 만물은 은혜의 관계 속에 있다고 가르친다. 하늘과 땅과 이웃과 부모의 은혜로 내가 존재하고 살아간다(4은사상)는 것이다. 봉사하는 방식이 무아봉공(無我俸公)이다. 나를 없애고 공익을 받들라는 것이다. 원불교는 또 인과응보를 강조한다. 인과의 법칙에 따라 복이 거저 오는 법이란 없다고 한다. 이런 교리적 바탕에서 원불교는 각 교당에 봉공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교도들은 모두 봉공회 회원이다. 교도들의 헌공 카드엔 헌금과 함께 보은금 항목이 나란히 적혀 있다. 헌금을 낼 때 1-2천원이라도 보은금을 내라는 것이다. 보은금은 온전히 봉사활동에 쓰인다. 헌금도 상당수 봉사활동 지원비로 들어간다. 다른 종교와 달리 성직자(교무)의 활동비(월급)이 30만원(기혼 교무는 50만원)이니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극히 낮다. 대신 사업비가 많다. 보은금의 일부는 교구봉공회 지원비로 보내고 나머지는 교당에서 쓴다. 교구 봉공회는 교당에서 올라오는 지원금 이외에 바자회, 생협 회비 등을 모아 결식아동아나 독거노인 등의 지원사업을 한다. 봉공활동은 돈이나 물자를 지원하는 봉사 이외에 몸으로 하는 봉사, 기술이나 기능으로 하는 봉사 등도 포함된다. 사회복지시설에서 몸으로 하는 자원봉사는 서울교구의 경우 연간 12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봉공회 이외에도 원불교는 공익복지부를 두어 다양하게 특화된 봉사활동을 펼친다. 은혜심기운동본부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심장병이나 소아암 아이들을 지원하고 헌혈, 장기이식 대행업무를 맡아서 하는 새생명운동, 결식아동이나 소년소녀가장을 일반 가정과 짝지워 주는 은혜의 결연운동, 의료봉사활동, 재해재난민 지원 활동 등을 펼친다. 원불교 안에는 이밖에 양로원 고아원 요양원 등 66개 시설을 관리 운영하는 삼동회, 장애인 복지관과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유린보은동산 등 7개 사회복지법인이 있다. 원불교 여성회나 남성회도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여성회는 독자적으로 북한 분유 식용유를 보내거나 아프리카 남미 등 제3세계 구호활동도 한다. 남성 교도 모임인 청운회는 자체적으로 복지시설을 운영한다. 원불교 조직은 거의 봉사활동을 위해 존재하는 셈이다. 법회의 명칭도 보은봉공법회이다. 원불교는 소태산 재종사가 창종한지 올해로 89년째다. 신흥 교단이다. 그러나 이미 4대 종교 안으로 진입할 정도로 신장세가 빠르다. 그 비결은 아마도, 사람을 돕고 사람을 섬기는 이런 자세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곽병찬 기자 chankb@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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